“우리의 화가 이마동 씨의 새로운 정취, 아담한 필촉으로 그려질 것이니 실로 금상첨화의 애독품이 될 것입니다.” 1934년 〈동아일보〉에 장편소설 〈삼곡선〉 연재를 예고하는 광고 기사가 실렸다. 소설 삽화를 맡은 이마동의 그림체를 ‘아담한 필촉’이라 평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했는데, 이는 한정된 신문 지면에 조밀하게 그림을 그리는 미술 기자의 역량을 강조한 수사적 표현이다.
지난 7월 신문박물관 Presseum에서 개막한 〈아담한 필촉: 기자가 그려낸 신문삽화 미장센〉전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미술인 9명의 기자 시절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다. 청운의 꿈을 안고 미술 기자로 취직한 이들은 수필가, 만화가, 삽화가, 도안가(오늘날의 디자이너)를 겸하며 지면 위에서 글과 그림, 디자인의 조화를 만들어냈다. 사진보다 빠르고 효율적이었던 삽화는 신문을 넘어 다양한 매체로 확장해나갔고, 이는 여러 미술인들이 기자 경력을 바탕으로 사회 각계로 진출해 해방 후 문화계를 이끌어간 발판이 되었다.
이처럼 미술 기자 9명의 행적을 다각도에서 조망하는 이 전시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디자인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 확장된 시야를 제공한다. 한편 입체 자료와 미디어 콘텐츠를 적재적소에 활용한 공간 디자인은 자칫 전시 구성이 단조로울 수 있는 문제를 상쇄한다. 종이 신문이 전시의 주를 이루는 가운데, 130여 점의 소설과 그림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공해 관람객이 직접 터치스크린 페이지를 넘기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상범의 신문 삽화 원본으로 제작한 병풍은 공간에 입체감을 더하고, 전시장 한편에서 상영하는 흑백 유성 영화 〈심청〉은 학예부 기자로 활동했던 안석주가 영화 연출을 통해 그의 문예적 재능을 확장해나간 모습을 보여준다. 신문 귀퉁이 삽화로부터 근현대 시각 문화의 흐름과 변천을 읽어내는 이번 전시는 9월 8일까지 이어진다.
글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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